[네토라레] 미소짓는 아내 - 12부
카지노클라쓰
2시간 24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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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기분으로 시작한 자신과는 반대로 드넓은 하늘은 청량하고, 떠다니는 뭉게구름은 새하얀 와이셔츠처럼 산뜻함을 뽐내며 하늘을 유유자적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오늘은 별로 손도 안 대고 있고.’
정나은은 오늘도 얼마나 김우영에게 괴롭힘을 당할지 걱정을 했건만 그는 평소와 달리 가끔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 외에는 말을 거는 것조차 드물다. 남편과 싸웠던 일만 아니면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함에 정나은은 기분이 좋다.
‘이대로라면 오늘도 일찍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안 그래도 오늘 일찍 들어가야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신경질 낸 것을 사과할 수가 있다. 다만 문제라면 이 남자는 자신의 편의 따위는 봐줄리 없다.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간 오히려 더 붙들어 놓을 것 같아 그저 묵묵히 그의 뒤를 평소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나름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쾌청한 날씨를 즐기려는 듯 공원등지를 산책하는 둥 오늘따라 기묘하리만치 평범한 행보에 정나은은 슬슬 의심이 피어오른다. 산책이 끝나자 근처 카페에 들어가선 디저트와 커피를 시켜놓고 시간을 죽이는 모습이 세상에 근심이라곤 없어 보이는 사람 같다.
“……할 말 있나?”
“……아냐.”
정나은의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김우영은 그저 웃어넘길 뿐 별 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달콤한 커피를 빨대를 통해 쪽 빨면서도 점점 치켜 올라가는 정나은의 눈매는 그의 속셈을 까발리기 위해 부지런히 두런거린다.
“그나저나 한결같은 정장이라니 지치지도 않나?”
“누구와는 달리 난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요즘엔 일을 거의 못했지만 곧 그 보상은 받을 수 있겠지. 그리고 누구 때문에 더러워진 정장 드라이하는 것도 고역이라고!”
안 그래도 몇 벌 없는 정장이 매일같이 더러워지니 드라이를 하는 것도 꽤나 힘들다. 그렇다고 정장 차림을 그만두자니 김우영에게 자신의 일상이 변한다고 여겨져 그건 또 싫다.
김우영은 커피를 쪽 빨면서 그녀의 정장 차림을 살펴본다. 부드러운 상아색과 깔끔한 흰색, 표준적인 검은색 정장만 입는 모습을 봐왔지만 그런 고역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
자신은 더럽히는 입장이다 보니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다. 평소와 똑같이 틀어 올린 머리와 살짝 보이는 가냘픈 목선이 아름답다. 한결같은 티 하나 없는 흰색 와이셔츠와 그 위에 옷맵시를 살린 검은 정장. 날씨가 좋아서인지 검은 스타킹 대신 티가 안 나는 살색 스타킹을 입고와 그녀의 뽀얀 다리가 고스란히 햇빛에 반사되며 빛난다.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아직 늦은 오후인데?”
카페에서 한참을 죽치고 멍하니 시간을 때우던 두 사람이었지만, 김우영의 뜬금없는 제안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을 시작한다.
“오늘은 고기나 먹으며 술 한 잔?”
“…….”
정나은은 찌푸려지려는 눈살을 억지로 되돌리며 평정을 가장한다. 여기서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면 이 남자는 저녁자리를 길게 끌게 틀림없다. 그저 무표정하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슬슬 그의 뒤를 따라 이른 저녁을 술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 어스름한 황혼이 서서히 도시 저편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길거리에도 일찍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 둘 끼리끼리 어울리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직장인들이 음식점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서서히 시끌벅적함이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꿀꺽, 꿀꺽!”
정나은이 500cc 맥주잔을 호쾌한 기세로 들이키고 있다. 이른 시간부터 고기를 먹으며, 조금씩 술잔을 기울이던 김우영과 정나은이었지만 저녁자리가 길어짐에 따라 술을 적게 먹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상당한 양의 술병이 나뒹굴고 있다.
“……은근히 주당인데?”
김우영은 정나은의 주당에 살짝 놀랐다. 사회생활을 오래해서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걸까? 고기를 안주삼아 마시기 시작한 그녀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당히 경계하며 술을 안 마셨지만 자신의 끈덕진 권유로 조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걸?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자 알아서 꿀꺽, 꿀꺽 마치 물 들이키듯 마셔대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얼이 빠져버렸다.
‘게다가 소주, 맥주 할 것 없이…….’
술이라는 게 속에 들어가 섞이면 상당히 괴롭다. 폭탄주라는 게 도수보단 그것들이 섞이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취하는 것이다.
“신경 끄시지?”
살짝 혀가 꼬일 뻔 했지만, 아직 죽지 않은 흉흉한 눈매하며 살벌한 눈빛으로 김우영을 쏘아본 그녀는 다시금 고기를 먹으며 술을 들이킨다. 정나은은 그와 술을 마시더라도 취할 정도로 마실 생각은 없었다. 그저 고기나 왕창 먹고 김우영의 지갑을 가볍게 할 생각이었는데, 직장인의 나쁜 버릇 중 하나가 튀어나와버렸다.
바로 술로써 현실을 잊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
‘으으, 남편 얼굴을 어떻게 보지.’
근래 들어 쌓일 때로 쌓인 그녀의 스트레스는 거의 한계에 달했다. 어제만 하더라도 술로써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남편과 다투는 바람에 기분이 더욱 가라앉아 버렸다.
‘게다가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어……하여간 이놈의 자존심 때문에…….’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몸이다.
처음에 억지로 몸을 더럽혀지고,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여기까지 온 자신이 한심하다. 이미 내리기엔 너무 멀리까지 와 이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 밖에는 남지 않았다.
자신의 아니꼽고 높은 자존심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남편과 다퉜다는 것이 방아쇠가 되어 자괴감에 빠져 부글부글 끓던 참이었는데 술이 들어가니 알딸딸하게 달아오르는 기분 좋은 감각에 취해 연거푸 들이키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직장인들이 술을 못 끊는 거야.’
사랑하는 남편을 보듯 그윽한 눈으로 술을 내려다보는 정나은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술기운을 빌어 스트레스를 풀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녀의 경우는 같잖은 자존심 때문에 하게 된 김우영과의 내기와 쌓인 성욕이라는 것이 더해졌으니 오죽하겠는가?
“슬슬 일어날까?”
전투적으로 술과 고기를 먹어치우던 정나은과 적당히 술을 즐기며, 마치 에너지라도 비축하듯 고기를 먹어치우던 김우영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식당에서 나왔다.
“후우~”
식당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밤공기가 술기운에 달아오른 정나은의 몸을 식혀준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자 정나은도 슬금슬금 뒤를 따르려는데, 발이 꼬인다.
“그렇게 들이붓고도 하이힐 신고 걷는 게 신기할 정도군.”
“이제 오늘은 해산이지?”
부축을 해준 모양으로 다가온 김우영의 팔을 쳐낸다. 죽어도 김우영의 부축을 받기 싫다는 것을 태도로 들어내듯 허리를 쫙 피곤 어설픈 걸음걸이로 걷기 시작한 정나은의 뒷모습을 보며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정말이지 재미있다니깐…….”
김우영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취한 정나은을 근처 모텔로 억지로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굳게 닫힌 모텔 방 현관문 안쪽에는 검은 여성용 하이힐과 남성용 구두가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고, 현관문부터 떨어져 있는 막 벗어놓은 옷가지는 구겨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어지럽게 흩어져 방 안쪽으로 이어져 있다.
방 안에 있어야 할 옷가지들의 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방 안에선 여전히 적막이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더욱 안쪽에 비치된 샤워실로 이어지는 문은 살짝 열려있어 쏴아아-하는 시원한 물소리와 더불어 수중기가 은은하게 새어나오고 있다.
“……! 잠깐!”
벌어진 문틈 사이로 당황한 여성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곧이어 목조 안의 여성이 발버둥이라도 치는지 욕조 안을 가득 채운 물이 출렁이며 넘치는 소리가 샤워실 안을 울린다. 머리 위로 계속해서 쏟아지는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욕조 안을 채우는 소리와 여성의 당황스러워하며 발버둥 치는 목소리가 계속 새어나오더니 곧이어 벌어진 문틈 사이로 불쑥 여성의 뽀얗지만 육덕진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욕조에 걸쳐진 여성의 다리는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하게 굳어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 하는 목소리와 출렁이는 물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샤워실 안은 곧이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이 가득 찬다. 욕조에 걸쳐져 있던 여성의 다리도 뻣뻣하게 힘이 잔뜩 들어갔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여성의 다리는 나른하게 축 처진 채 풀려있고,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이따금 경련하듯 살짝 떨리는 다리의 움직임에 맞춰 욕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아름다울 정도로 관능적이다.
“…….”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소리 말고도 이따금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가냘프면서도 무언가 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의 비음이 살살 흘러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 있던 방 안의 주인은 곧이어 샤워실을 나선다.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알몸의 김우영과 정나은이었다.
“……으음.”
김우영은 축 처진 정나은을 부축한 채 샤워실을 나섰는데, 온 몸이 노근하게 퍼져 힘이 안 들어가는지 그녀의 입에선 나른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김우영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녀를 부축한 채 침대 위에 휙 던지자 정나은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진다.
“…….”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충격을 부드러운 침대가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도 잊은 채 정나은은 노곤하게 퍼진 몸과 나른함을 느끼며 잠이 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
‘이 남자 정말이지……여자를 기쁘게 하는 건 뭐든 잘하는구나.’
욕조 안에서 한 그의 마사지는 묘하게 성감대를 자극시키는 것도 모자라 쌓인 피로감을 해소시키며 온 몸을 노곤하게 퍼지게 하는 그 섬세함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다. 지금껏 난폭하게만 다뤄져 몰랐지만 의외로 섬세하기 그지없는 그의 손놀림에 저항할 새도 없이 들이닥치는 나른함에 정신이 몽롱하다.
‘이래서 술을 마신건가…….’
술기운도 있지만, 오랜 시간 뜨거운 물속에서 묘하게 성감대를 자극하면서도 피로감까지 날려주며, 섬세하게 이뤄진 그의 마사지에 기분 좋은 현기증마저 느끼며 지금 당장이라도 꿈의 나라로 날아가려는 의식을 억지로 붙들고 있다. 지금 잠들었다간 절대로 오늘 내로 집에 못 들어간다. 그걸 알고 있기에 버티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푹 퍼져버린 자신의 몸은 휴식을 요한다.
김우영은 침대 위에 쓰러진 정나은을 내버려둔 채, 미리 준비해둔 콘돔과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을 가지고 온 김우영은 콘돔을 하는 등 준비를 하며 찬찬히 푹 퍼진 유부녀의 여체를 내려다본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흑단 같은 머리칼은 뽀얀 피부에 달라붙어 있고, 반쯤 감긴 눈망울은 평소의 고양이 같은 날카로움은 남아있지 않고 몽롱하니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흔들리고 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선홍빛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입에서 색-색-새어나오는 숨결은 달콤한 술의 향기가 풍겨온다. 닦지 않아 군데군데 맺혀있는 투명한 물방울이 그녀의 탐스런 몸매 라인을 따라 또르르 흘러내리며 침대 시트를 적시며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과 풍만한 엉덩이는 푹 퍼진 몸의 영향을 받기라도 했는지 한결 부드러워 보인다.
‘슬슬 시작해 볼까?’
노곤한 몸을 주체 못하고, 나른함이 풀풀 풍겨져 나오는 유부녀의 여체를 감상하던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로 그녀의 몸을 뒤집어 엎드리게 한다. 정나은은 노곤한 몸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그저 김우영의 손길에 저항감 없이 뒤집어 진 채 잠들 것처럼 고요한 숨결을 내뱉을 뿐이다.
“햐읏?!”
의식의 끈을 놓고 꿈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려는 정나은이었지만, 엉덩이 골 사이로 파고드는 차갑고, 질척한 감각에 자신이 낸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김우영이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로 최음 효과가 있는 젤을 듬뿍 흘려 넣었기 때문이다.
나른하게 퍼져있던 그녀의 몸이 새로운 자극에 살짝 힘이 돌아오는 걸 느끼고, 버둥거려봤지만 김우영은 그녀의 등을 내리 누르며 섬세한 손길로 젤을 꼼꼼하게 마사지 하듯 펴 바른다.
“…….”
살짝 빛이 돌아왔던 정나은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이어진 김우영의 섬세한 마사지와 젤에 함유된 최음 효과로 한층 몸이 푹 퍼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평소와 달리 김우영은 시간을 들여 정나은의 몸을 마사지하며 더욱 푹 퍼지게 해준다.
“……이제 다 된 것 같군.”
차가운 젤이 김우영의 손길에 따스해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날 때까지 꼼꼼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마사지를 한 그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그녀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겹쳐내리 누른다.
“……으음.”
거의 반쯤 잠이 든 정나은은 자신의 몸 위를 짓누르는 김우영의 무게에 다시금 의식이 돌아온다. 정나은은 그렇게 다시금 떠오르는 의식 속에서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을 느끼며 자신의 양손 위로 그의 손이 겹쳐지는 걸 느낀다. 손가락 사이로 얽혀 들어온 그의 투박한 손가락이 자신의 손을 깍지 끼듯 얽히고 동시에 그가 자신의 몸 위에서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용쓰고 있는 감각에 더욱 의식이 떠오른다.
“……지금 뭘.”
나른함이 묻어나는 잠긴 정나은의 목소리는 그 답을 구하기 전에 점점 확실하게 느껴지는 이물감에 퍼뜩 정신이 든다. 자신의 엉덩이 위에서 느껴지던 딱딱한 감각이 서서히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 잠깐! 거……!”
다급함이 묻어나던 정나은의 목소리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울려 퍼지는 한층 찰진 소리와 침대의 출렁임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렸다. 지금까지 노곤하게 풀려있던 정나은의 몸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 잔뜩 들어간 채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깍지 낀 정나은의 양 손은 침대 시트를 쥐어뜯을 듯이 붙잡고 하얗게 질릴 정도로 떨리고 있다.
“……!”
실 끊어진 인형마냥 침대에 묻고 있던 그녀의 고개는 뻣뻣하게 쳐들린 채 김우영의 눈앞에서 애처롭게 떨리고 있고, 반쯤 감겨 몽롱하게 풀렸던 눈동자는 찢어질 듯 커져 자신의 몸에 가해진 감각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허공을 헤맨다. 무엇보다 앙증맞게 다물어져 달콤한 술의 향기만 새어나오던 그녀의 입은 더 할 나위 없이 쩍 벌어져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소리조차 되지 못한 비명을 표현하며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토해내려는 것 같다.
“……아! 으, 아……!”
조금씩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단어가 되지 못하고, 김우영의 배아래 깔린 정나은은 마치 작살에 맞은 물고기 마냥 조금도 미동도 못하고 애처롭게 떨고 있을 뿐이다. 김우영이 허리를 내려치는 순간 튕겨져 나가듯 쫙 뻗은 그녀의 육덕진 다리는 힘이 잔뜩 들어갔고, 발가락마저 오므려진 모습이 의아함까지 자아낸다.
그 의아함의 원인은 역시나 김우영 때문이다.
김우영은 자존심 쎈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길 원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엉덩이 골 사이에 핀 국화꽃 모양의 또 다른 구멍이다. 자존심 강한 그녀라면 사랑하는 남편이라도 절대 이런 사랑을 나눌 리 없다고 판단하고 강행한 것이다.
‘그리고……정답인가 보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푹 퍼져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없던 그녀가 이토록 큰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와 달리 오랜 시간을 들여 그녀의 몸을 풀어주고,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까지 사용했다. 원래 이 젤은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함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프기만 한 것을 여자도 쾌락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젤. 그런 젤을 처음 정나은을 취할 때 음부에 사용했으니, 아무리 지조 높은 여성이라도 쾌락에 푹 절여져 울부짖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즐기자고?”
자신의 배아래 깔려 애처롭게 떨고 있는 정나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김우영은 평소와 달리 느긋하게 기다린다. 한참을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있던 정나은의 몸이 서서히 풀리는 걸 느낀다. 정확하게는 더 이상 온 몸에 줄 힘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경련하던 그녀는 처음 느끼는 그 이물감과 그럼에도 달아오르는 자신의 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째서?’
처음 느끼는 감각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그녀는 서서히 힘이 빠지면서 아랫배에서 솟아나기 시작한 뜨거운 감각이 전신으로 퍼지는 걸 느끼고 있다. 단 한 번의 허리 튕김도 없었음에도 그녀의 몸은 서서히 달아올라 땀이 송골송골 솟아난다.
김우영은 서서히 정나은의 몸이 풀리는 걸 느끼며, 그녀의 가냘픈 뒷 목선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살짝 장난기가 샘솟아 그곳에 혀를 가져다 댄다.
“햐으항?!”
겨우 이물감에 적응되어 갈 무렵 갑작스레 까칠한 것이 자신의 민감해진 목덜미를 지나가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며 튕겨져 나갈 뻔 한다. 하지만 김우영이 내리누르는 중압감에 미동도 못하고 그저 김우영이 놀리는 혓바닥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며 한층 달아오르는 몸을 느낀다.
김우영은 서서히 그녀의 몸에서 샘솟기 시작한 땀 때문에 그녀 특유의 체취가 피어오르는 걸 코끝으로 느끼며 혀로는 가냘픈 목덜미를 시작해 흑단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귀를 살짝 깨물자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귀여운 비명에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어 버린다.
“그럼…….”
김우영은 드디어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새로운 자극을 자신과 그녀의 몸에 새긴다. 겨우 안정되었던 정나은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쭉 뻗었던 다리를 반쯤 접어 허공에서 힘을 준 채 견디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사정도 모른 채 재차 허리를 강하게 내려찍자 찰진 소리와 침대의 삐걱거림이 하모니를 이루며 방 안을 울린다.
“하으윽! 흐으!”
정나은은 재차 느껴진 그 중압감과 이물감이 파고드는 감각에 반쯤 접었던 양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 시트를 내려친다. 그녀가 양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를 내려칠 때마다 그 출렁임이 침대 전체에 전해지는 걸 두 사람은 느끼고 있다.
‘이건 이거대로 좋군.’
김우영은 침대에서 전해지는 묘한 진동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정나은의 발악 아닌 발악이 끝나자 김우영은 재차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며 격렬하기만 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섬세함을 보여주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의 몸에 쾌락을 새기듯이 오랜 시간을 들여 허리를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어스름한 조명이 모텔 방 안을 비추고, 샤워실 안을 가득 채웠던 수증기도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게 되었을 무렵.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했던 샤워실의 열기를 빼앗아 온 것처럼 방 안의 공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뜨거움만을 내포한 것이 아닌 야릇하면서도 비릿한 밤꽃 향기가 섞여있는 것이 남녀가 이 방 안에서 살을 섞고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게 해준다.
“후욱! 후욱!”
그를 반증해주듯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연속해서 토해져 나오고, 그의 목소리와 호응하듯 평소보단 느리지만 그럼에도 힘이 느껴지는 둔탁하면서도 찰지기 그지없는 소리가 침대의 삐걱거림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방바닥에 어지럽게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는 옷가지들을 따라가면 출렁이는 침대 시트가 보이고, 상당한 힘을 받아내고 있는지 그 침대 시트는 어지럽게 흔들리며 침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격렬한 행위를 연상케 해준다.
침대 위에 살을 섞고 있는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관계를 가졌는지, 두 사람의 몸은 푹 젖어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남자가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두 남녀가 뿜어내는 퇴폐적인 공기가 훅, 훅하며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새하얗기만 하던 침대 시트는 두 남녀가 흘린 체액으로 푹 젖었으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콘돔들이 이리저리 침대 시트 위에 떨어져 있다. 의아하게도 그 안의 있어야 할 욕망의 덩어리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새어나오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밤꽃 향기는 어디서 풍겨오는 것일까?
그 향기를 따라가 보니 김우영의 배아래 깔려 그 강한 허리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미동도 않고 있는 정나은의 몸에서 솔솔 풍겨져 나오고 있다. 마치 다 흡수된 것처럼 그녀의 번들거리는 몸에서 그녀의 체취처럼 물씬 피어오르는 향기가 퇴폐적이기까지 하다.
“크윽! 마지막!”
연신 허리를 튕겨대던 김우영은 곧이어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더니 그녀의 몸을 자신의 체중으로 짓누르며 부들부들 떤다. 지금까지 미동도 않던 정나은도 무릎을 때리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 오르는 다리처럼 조건 반사라도 일어난 것 마냥 몸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절정이라도 온 것처럼 보인다.
짓눌러 터트릴 듯한 중압감으로 내리누르며, 절정을 맞고 있던 김우영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그녀의 엉덩이 속에 파묻었던 걸 끄집어내자, 정나은의 풍만한 엉덩이는 움찔하며 한차례 크게 경련한다.
“후우우~”
김우영은 만족스런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콘돔을 벗겨내곤 그 안에 잔뜩 싸지른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등이나 머리카락에는 잔뜩 발라줬으니…….’
침대 시트에 사지가 풀려 엎드린 정나은의 번들거리는 매끄러운 등과 흑단 같지만 푹 젖은 머리카락을 내려다본다. 이미 몇 번이나 밤꽃 향기가 피어오르는 욕망을 마사지 하듯 펴 발라놨으니 꼼꼼하게 안 씻으면 냄새가 남을지도 모른다.
“역시 마지막은 이거겠지?”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 위에 걸쭉하고 탁한 자신의 욕망을 콘돔 속에서 쏟아내 반지를 더럽힌다. 정나은은 자신의 결혼반지가 더럽혀지는 것도 모른 채 미동조차 않고, 간헐적으로 몸에 쌓인 쾌락을 배출하듯 부들부들 경련할 뿐이다.
“잘 됐군.”
김우영은 결혼반지를 실컷 더럽힌 뒤 쓴 콘돔을 그녀의 등에 휙 던져버리곤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렇다. 그도 그녀도 만족해 버렸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응? 콧대 높으신 고양이 양?”
엎드린 채 잠든 정나은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만족한 여자의 얼굴이다. 지금까지 본 쾌락에 푹 절여진 여자의 얼굴이 아닌 만족한 얼굴.
“이쪽 구멍도 잘~열렸고 말이지.”
탐스러운 엉덩이 골 사이에 핀 국화꽃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게 열렸다. 그 아래 촉촉하게 젖은 음부도 상당히 만족했는지, 애액이 울컥울컥 토해져 나와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는 게 보인다.
이를 위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차분히 들여 그녀를 욕구불만으로 만든 거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안기지도 못하고, 혐오스런 남자의 손에 욕구불만으로 몸은 점점 달아오르고, 게다가 마지막엔 살아생전 처음 겪는 새로운 감각으로 인해 만족 시키는 것.
“뭐……덕분에 난 서비스하느라 별로 못 즐겼지만 됐나?”
의외로 천천히, 그리고 여자를 만족시켜줄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관계를 하는 건 남자 입장에선 엄청난 심력소모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이 만족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첫 번째 고비는 잘 넘어간 셈이다.
김우영은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미동조차 못하고 만족스런 얼굴로 잠든 그녀의 모습을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찍어댄다.
뽀얀 피부 위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하며, 완전히 푹 퍼진 유부녀의 여체. 그 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향기와 분위기가 사진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는 사라지고, 곱게 닫힌 눈망울은 귀엽기까지 느껴진다. 만족한 여자의 얼굴이 된 정나은의 무방비한 얼굴도 잘 보존해준다.
“다음에 만날 때 보여줄 사나운 눈매나 날카로운 눈빛이 기대되는데?”
김우영이 샤워하고 나올 때까지 정나은은 침대에 쓰러진 채 미동도 않고 있다. 주섬주섬 떨어진 옷가지에서 자신의 옷을 주워 입은 김우영은 잠든 정나은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그녀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아직 미묘하게 남아있는 달콤한 술의 향기를 느끼며 살짝 벌어진 선홍빛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춘다.
“음…….”
혀가 오가는 농밀한 키스에 정나은은 잠결에 눈을 찌푸려 보지만 김우영은 아랑곳 않고 그녀의 말랑한 입술과 그 속에 남아있는 달콤한 향기를 마음껏 탐한다. 그녀의 입술을 타고 침이 흐를 정도로 농밀한 키스가 오가고 김우영이 입을 떼자 살짝 숨이 막힌 정나은은 눈을 찌푸린 채 모자란 숨을 몰아쉰다.
“어서 안 일어나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의 머리에 뿔이 돋아날지 모른다고?”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한다. 이른 시간 모텔에 들어왔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이제 아슬아슬하게 날짜가 바뀌려는 시간이다.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정나은을 내버려 둔 채 모텔 방을 나섰다.
철컥하는 굳건한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는 지금까지의 격렬하고 뜨거웠던 폭풍이 거짓말처럼 정적이 들이닥친다. 고요한 정적 속 정나은이 내쉬는 숨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방 안을 채우며,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야릇한 밤꽃 향기가 김우영의 욕망처럼 그녀의 육체를 침식해 들어가듯 잔뜩 배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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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항상 리플이나 쪽지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오늘은 별로 손도 안 대고 있고.’
정나은은 오늘도 얼마나 김우영에게 괴롭힘을 당할지 걱정을 했건만 그는 평소와 달리 가끔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 외에는 말을 거는 것조차 드물다. 남편과 싸웠던 일만 아니면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함에 정나은은 기분이 좋다.
‘이대로라면 오늘도 일찍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안 그래도 오늘 일찍 들어가야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신경질 낸 것을 사과할 수가 있다. 다만 문제라면 이 남자는 자신의 편의 따위는 봐줄리 없다.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간 오히려 더 붙들어 놓을 것 같아 그저 묵묵히 그의 뒤를 평소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나름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쾌청한 날씨를 즐기려는 듯 공원등지를 산책하는 둥 오늘따라 기묘하리만치 평범한 행보에 정나은은 슬슬 의심이 피어오른다. 산책이 끝나자 근처 카페에 들어가선 디저트와 커피를 시켜놓고 시간을 죽이는 모습이 세상에 근심이라곤 없어 보이는 사람 같다.
“……할 말 있나?”
“……아냐.”
정나은의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김우영은 그저 웃어넘길 뿐 별 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달콤한 커피를 빨대를 통해 쪽 빨면서도 점점 치켜 올라가는 정나은의 눈매는 그의 속셈을 까발리기 위해 부지런히 두런거린다.
“그나저나 한결같은 정장이라니 지치지도 않나?”
“누구와는 달리 난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요즘엔 일을 거의 못했지만 곧 그 보상은 받을 수 있겠지. 그리고 누구 때문에 더러워진 정장 드라이하는 것도 고역이라고!”
안 그래도 몇 벌 없는 정장이 매일같이 더러워지니 드라이를 하는 것도 꽤나 힘들다. 그렇다고 정장 차림을 그만두자니 김우영에게 자신의 일상이 변한다고 여겨져 그건 또 싫다.
김우영은 커피를 쪽 빨면서 그녀의 정장 차림을 살펴본다. 부드러운 상아색과 깔끔한 흰색, 표준적인 검은색 정장만 입는 모습을 봐왔지만 그런 고역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
자신은 더럽히는 입장이다 보니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다. 평소와 똑같이 틀어 올린 머리와 살짝 보이는 가냘픈 목선이 아름답다. 한결같은 티 하나 없는 흰색 와이셔츠와 그 위에 옷맵시를 살린 검은 정장. 날씨가 좋아서인지 검은 스타킹 대신 티가 안 나는 살색 스타킹을 입고와 그녀의 뽀얀 다리가 고스란히 햇빛에 반사되며 빛난다.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아직 늦은 오후인데?”
카페에서 한참을 죽치고 멍하니 시간을 때우던 두 사람이었지만, 김우영의 뜬금없는 제안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을 시작한다.
“오늘은 고기나 먹으며 술 한 잔?”
“…….”
정나은은 찌푸려지려는 눈살을 억지로 되돌리며 평정을 가장한다. 여기서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면 이 남자는 저녁자리를 길게 끌게 틀림없다. 그저 무표정하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슬슬 그의 뒤를 따라 이른 저녁을 술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 어스름한 황혼이 서서히 도시 저편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길거리에도 일찍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 둘 끼리끼리 어울리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직장인들이 음식점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서서히 시끌벅적함이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꿀꺽, 꿀꺽!”
정나은이 500cc 맥주잔을 호쾌한 기세로 들이키고 있다. 이른 시간부터 고기를 먹으며, 조금씩 술잔을 기울이던 김우영과 정나은이었지만 저녁자리가 길어짐에 따라 술을 적게 먹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상당한 양의 술병이 나뒹굴고 있다.
“……은근히 주당인데?”
김우영은 정나은의 주당에 살짝 놀랐다. 사회생활을 오래해서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걸까? 고기를 안주삼아 마시기 시작한 그녀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당히 경계하며 술을 안 마셨지만 자신의 끈덕진 권유로 조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걸?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자 알아서 꿀꺽, 꿀꺽 마치 물 들이키듯 마셔대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얼이 빠져버렸다.
‘게다가 소주, 맥주 할 것 없이…….’
술이라는 게 속에 들어가 섞이면 상당히 괴롭다. 폭탄주라는 게 도수보단 그것들이 섞이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취하는 것이다.
“신경 끄시지?”
살짝 혀가 꼬일 뻔 했지만, 아직 죽지 않은 흉흉한 눈매하며 살벌한 눈빛으로 김우영을 쏘아본 그녀는 다시금 고기를 먹으며 술을 들이킨다. 정나은은 그와 술을 마시더라도 취할 정도로 마실 생각은 없었다. 그저 고기나 왕창 먹고 김우영의 지갑을 가볍게 할 생각이었는데, 직장인의 나쁜 버릇 중 하나가 튀어나와버렸다.
바로 술로써 현실을 잊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
‘으으, 남편 얼굴을 어떻게 보지.’
근래 들어 쌓일 때로 쌓인 그녀의 스트레스는 거의 한계에 달했다. 어제만 하더라도 술로써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남편과 다투는 바람에 기분이 더욱 가라앉아 버렸다.
‘게다가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어……하여간 이놈의 자존심 때문에…….’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몸이다.
처음에 억지로 몸을 더럽혀지고,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여기까지 온 자신이 한심하다. 이미 내리기엔 너무 멀리까지 와 이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 밖에는 남지 않았다.
자신의 아니꼽고 높은 자존심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남편과 다퉜다는 것이 방아쇠가 되어 자괴감에 빠져 부글부글 끓던 참이었는데 술이 들어가니 알딸딸하게 달아오르는 기분 좋은 감각에 취해 연거푸 들이키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직장인들이 술을 못 끊는 거야.’
사랑하는 남편을 보듯 그윽한 눈으로 술을 내려다보는 정나은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술기운을 빌어 스트레스를 풀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녀의 경우는 같잖은 자존심 때문에 하게 된 김우영과의 내기와 쌓인 성욕이라는 것이 더해졌으니 오죽하겠는가?
“슬슬 일어날까?”
전투적으로 술과 고기를 먹어치우던 정나은과 적당히 술을 즐기며, 마치 에너지라도 비축하듯 고기를 먹어치우던 김우영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식당에서 나왔다.
“후우~”
식당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밤공기가 술기운에 달아오른 정나은의 몸을 식혀준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자 정나은도 슬금슬금 뒤를 따르려는데, 발이 꼬인다.
“그렇게 들이붓고도 하이힐 신고 걷는 게 신기할 정도군.”
“이제 오늘은 해산이지?”
부축을 해준 모양으로 다가온 김우영의 팔을 쳐낸다. 죽어도 김우영의 부축을 받기 싫다는 것을 태도로 들어내듯 허리를 쫙 피곤 어설픈 걸음걸이로 걷기 시작한 정나은의 뒷모습을 보며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정말이지 재미있다니깐…….”
김우영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취한 정나은을 근처 모텔로 억지로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굳게 닫힌 모텔 방 현관문 안쪽에는 검은 여성용 하이힐과 남성용 구두가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고, 현관문부터 떨어져 있는 막 벗어놓은 옷가지는 구겨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어지럽게 흩어져 방 안쪽으로 이어져 있다.
방 안에 있어야 할 옷가지들의 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방 안에선 여전히 적막이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더욱 안쪽에 비치된 샤워실로 이어지는 문은 살짝 열려있어 쏴아아-하는 시원한 물소리와 더불어 수중기가 은은하게 새어나오고 있다.
“……! 잠깐!”
벌어진 문틈 사이로 당황한 여성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곧이어 목조 안의 여성이 발버둥이라도 치는지 욕조 안을 가득 채운 물이 출렁이며 넘치는 소리가 샤워실 안을 울린다. 머리 위로 계속해서 쏟아지는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욕조 안을 채우는 소리와 여성의 당황스러워하며 발버둥 치는 목소리가 계속 새어나오더니 곧이어 벌어진 문틈 사이로 불쑥 여성의 뽀얗지만 육덕진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욕조에 걸쳐진 여성의 다리는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하게 굳어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 하는 목소리와 출렁이는 물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샤워실 안은 곧이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이 가득 찬다. 욕조에 걸쳐져 있던 여성의 다리도 뻣뻣하게 힘이 잔뜩 들어갔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여성의 다리는 나른하게 축 처진 채 풀려있고,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이따금 경련하듯 살짝 떨리는 다리의 움직임에 맞춰 욕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아름다울 정도로 관능적이다.
“…….”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소리 말고도 이따금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가냘프면서도 무언가 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의 비음이 살살 흘러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 있던 방 안의 주인은 곧이어 샤워실을 나선다.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알몸의 김우영과 정나은이었다.
“……으음.”
김우영은 축 처진 정나은을 부축한 채 샤워실을 나섰는데, 온 몸이 노근하게 퍼져 힘이 안 들어가는지 그녀의 입에선 나른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김우영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녀를 부축한 채 침대 위에 휙 던지자 정나은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진다.
“…….”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충격을 부드러운 침대가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도 잊은 채 정나은은 노곤하게 퍼진 몸과 나른함을 느끼며 잠이 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
‘이 남자 정말이지……여자를 기쁘게 하는 건 뭐든 잘하는구나.’
욕조 안에서 한 그의 마사지는 묘하게 성감대를 자극시키는 것도 모자라 쌓인 피로감을 해소시키며 온 몸을 노곤하게 퍼지게 하는 그 섬세함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다. 지금껏 난폭하게만 다뤄져 몰랐지만 의외로 섬세하기 그지없는 그의 손놀림에 저항할 새도 없이 들이닥치는 나른함에 정신이 몽롱하다.
‘이래서 술을 마신건가…….’
술기운도 있지만, 오랜 시간 뜨거운 물속에서 묘하게 성감대를 자극하면서도 피로감까지 날려주며, 섬세하게 이뤄진 그의 마사지에 기분 좋은 현기증마저 느끼며 지금 당장이라도 꿈의 나라로 날아가려는 의식을 억지로 붙들고 있다. 지금 잠들었다간 절대로 오늘 내로 집에 못 들어간다. 그걸 알고 있기에 버티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푹 퍼져버린 자신의 몸은 휴식을 요한다.
김우영은 침대 위에 쓰러진 정나은을 내버려둔 채, 미리 준비해둔 콘돔과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을 가지고 온 김우영은 콘돔을 하는 등 준비를 하며 찬찬히 푹 퍼진 유부녀의 여체를 내려다본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흑단 같은 머리칼은 뽀얀 피부에 달라붙어 있고, 반쯤 감긴 눈망울은 평소의 고양이 같은 날카로움은 남아있지 않고 몽롱하니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흔들리고 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선홍빛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입에서 색-색-새어나오는 숨결은 달콤한 술의 향기가 풍겨온다. 닦지 않아 군데군데 맺혀있는 투명한 물방울이 그녀의 탐스런 몸매 라인을 따라 또르르 흘러내리며 침대 시트를 적시며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과 풍만한 엉덩이는 푹 퍼진 몸의 영향을 받기라도 했는지 한결 부드러워 보인다.
‘슬슬 시작해 볼까?’
노곤한 몸을 주체 못하고, 나른함이 풀풀 풍겨져 나오는 유부녀의 여체를 감상하던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로 그녀의 몸을 뒤집어 엎드리게 한다. 정나은은 노곤한 몸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그저 김우영의 손길에 저항감 없이 뒤집어 진 채 잠들 것처럼 고요한 숨결을 내뱉을 뿐이다.
“햐읏?!”
의식의 끈을 놓고 꿈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려는 정나은이었지만, 엉덩이 골 사이로 파고드는 차갑고, 질척한 감각에 자신이 낸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김우영이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로 최음 효과가 있는 젤을 듬뿍 흘려 넣었기 때문이다.
나른하게 퍼져있던 그녀의 몸이 새로운 자극에 살짝 힘이 돌아오는 걸 느끼고, 버둥거려봤지만 김우영은 그녀의 등을 내리 누르며 섬세한 손길로 젤을 꼼꼼하게 마사지 하듯 펴 바른다.
“…….”
살짝 빛이 돌아왔던 정나은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이어진 김우영의 섬세한 마사지와 젤에 함유된 최음 효과로 한층 몸이 푹 퍼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평소와 달리 김우영은 시간을 들여 정나은의 몸을 마사지하며 더욱 푹 퍼지게 해준다.
“……이제 다 된 것 같군.”
차가운 젤이 김우영의 손길에 따스해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날 때까지 꼼꼼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마사지를 한 그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그녀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겹쳐내리 누른다.
“……으음.”
거의 반쯤 잠이 든 정나은은 자신의 몸 위를 짓누르는 김우영의 무게에 다시금 의식이 돌아온다. 정나은은 그렇게 다시금 떠오르는 의식 속에서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을 느끼며 자신의 양손 위로 그의 손이 겹쳐지는 걸 느낀다. 손가락 사이로 얽혀 들어온 그의 투박한 손가락이 자신의 손을 깍지 끼듯 얽히고 동시에 그가 자신의 몸 위에서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용쓰고 있는 감각에 더욱 의식이 떠오른다.
“……지금 뭘.”
나른함이 묻어나는 잠긴 정나은의 목소리는 그 답을 구하기 전에 점점 확실하게 느껴지는 이물감에 퍼뜩 정신이 든다. 자신의 엉덩이 위에서 느껴지던 딱딱한 감각이 서서히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 잠깐! 거……!”
다급함이 묻어나던 정나은의 목소리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울려 퍼지는 한층 찰진 소리와 침대의 출렁임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렸다. 지금까지 노곤하게 풀려있던 정나은의 몸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 잔뜩 들어간 채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깍지 낀 정나은의 양 손은 침대 시트를 쥐어뜯을 듯이 붙잡고 하얗게 질릴 정도로 떨리고 있다.
“……!”
실 끊어진 인형마냥 침대에 묻고 있던 그녀의 고개는 뻣뻣하게 쳐들린 채 김우영의 눈앞에서 애처롭게 떨리고 있고, 반쯤 감겨 몽롱하게 풀렸던 눈동자는 찢어질 듯 커져 자신의 몸에 가해진 감각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허공을 헤맨다. 무엇보다 앙증맞게 다물어져 달콤한 술의 향기만 새어나오던 그녀의 입은 더 할 나위 없이 쩍 벌어져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소리조차 되지 못한 비명을 표현하며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토해내려는 것 같다.
“……아! 으, 아……!”
조금씩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단어가 되지 못하고, 김우영의 배아래 깔린 정나은은 마치 작살에 맞은 물고기 마냥 조금도 미동도 못하고 애처롭게 떨고 있을 뿐이다. 김우영이 허리를 내려치는 순간 튕겨져 나가듯 쫙 뻗은 그녀의 육덕진 다리는 힘이 잔뜩 들어갔고, 발가락마저 오므려진 모습이 의아함까지 자아낸다.
그 의아함의 원인은 역시나 김우영 때문이다.
김우영은 자존심 쎈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길 원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엉덩이 골 사이에 핀 국화꽃 모양의 또 다른 구멍이다. 자존심 강한 그녀라면 사랑하는 남편이라도 절대 이런 사랑을 나눌 리 없다고 판단하고 강행한 것이다.
‘그리고……정답인가 보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푹 퍼져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없던 그녀가 이토록 큰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와 달리 오랜 시간을 들여 그녀의 몸을 풀어주고,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까지 사용했다. 원래 이 젤은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함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프기만 한 것을 여자도 쾌락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젤. 그런 젤을 처음 정나은을 취할 때 음부에 사용했으니, 아무리 지조 높은 여성이라도 쾌락에 푹 절여져 울부짖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즐기자고?”
자신의 배아래 깔려 애처롭게 떨고 있는 정나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김우영은 평소와 달리 느긋하게 기다린다. 한참을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있던 정나은의 몸이 서서히 풀리는 걸 느낀다. 정확하게는 더 이상 온 몸에 줄 힘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경련하던 그녀는 처음 느끼는 그 이물감과 그럼에도 달아오르는 자신의 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째서?’
처음 느끼는 감각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그녀는 서서히 힘이 빠지면서 아랫배에서 솟아나기 시작한 뜨거운 감각이 전신으로 퍼지는 걸 느끼고 있다. 단 한 번의 허리 튕김도 없었음에도 그녀의 몸은 서서히 달아올라 땀이 송골송골 솟아난다.
김우영은 서서히 정나은의 몸이 풀리는 걸 느끼며, 그녀의 가냘픈 뒷 목선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살짝 장난기가 샘솟아 그곳에 혀를 가져다 댄다.
“햐으항?!”
겨우 이물감에 적응되어 갈 무렵 갑작스레 까칠한 것이 자신의 민감해진 목덜미를 지나가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며 튕겨져 나갈 뻔 한다. 하지만 김우영이 내리누르는 중압감에 미동도 못하고 그저 김우영이 놀리는 혓바닥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며 한층 달아오르는 몸을 느낀다.
김우영은 서서히 그녀의 몸에서 샘솟기 시작한 땀 때문에 그녀 특유의 체취가 피어오르는 걸 코끝으로 느끼며 혀로는 가냘픈 목덜미를 시작해 흑단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귀를 살짝 깨물자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귀여운 비명에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어 버린다.
“그럼…….”
김우영은 드디어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새로운 자극을 자신과 그녀의 몸에 새긴다. 겨우 안정되었던 정나은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쭉 뻗었던 다리를 반쯤 접어 허공에서 힘을 준 채 견디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사정도 모른 채 재차 허리를 강하게 내려찍자 찰진 소리와 침대의 삐걱거림이 하모니를 이루며 방 안을 울린다.
“하으윽! 흐으!”
정나은은 재차 느껴진 그 중압감과 이물감이 파고드는 감각에 반쯤 접었던 양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 시트를 내려친다. 그녀가 양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를 내려칠 때마다 그 출렁임이 침대 전체에 전해지는 걸 두 사람은 느끼고 있다.
‘이건 이거대로 좋군.’
김우영은 침대에서 전해지는 묘한 진동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정나은의 발악 아닌 발악이 끝나자 김우영은 재차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며 격렬하기만 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섬세함을 보여주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의 몸에 쾌락을 새기듯이 오랜 시간을 들여 허리를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어스름한 조명이 모텔 방 안을 비추고, 샤워실 안을 가득 채웠던 수증기도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게 되었을 무렵.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했던 샤워실의 열기를 빼앗아 온 것처럼 방 안의 공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뜨거움만을 내포한 것이 아닌 야릇하면서도 비릿한 밤꽃 향기가 섞여있는 것이 남녀가 이 방 안에서 살을 섞고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게 해준다.
“후욱! 후욱!”
그를 반증해주듯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연속해서 토해져 나오고, 그의 목소리와 호응하듯 평소보단 느리지만 그럼에도 힘이 느껴지는 둔탁하면서도 찰지기 그지없는 소리가 침대의 삐걱거림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방바닥에 어지럽게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는 옷가지들을 따라가면 출렁이는 침대 시트가 보이고, 상당한 힘을 받아내고 있는지 그 침대 시트는 어지럽게 흔들리며 침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격렬한 행위를 연상케 해준다.
침대 위에 살을 섞고 있는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관계를 가졌는지, 두 사람의 몸은 푹 젖어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남자가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두 남녀가 뿜어내는 퇴폐적인 공기가 훅, 훅하며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새하얗기만 하던 침대 시트는 두 남녀가 흘린 체액으로 푹 젖었으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콘돔들이 이리저리 침대 시트 위에 떨어져 있다. 의아하게도 그 안의 있어야 할 욕망의 덩어리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새어나오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밤꽃 향기는 어디서 풍겨오는 것일까?
그 향기를 따라가 보니 김우영의 배아래 깔려 그 강한 허리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미동도 않고 있는 정나은의 몸에서 솔솔 풍겨져 나오고 있다. 마치 다 흡수된 것처럼 그녀의 번들거리는 몸에서 그녀의 체취처럼 물씬 피어오르는 향기가 퇴폐적이기까지 하다.
“크윽! 마지막!”
연신 허리를 튕겨대던 김우영은 곧이어 강하게 허리를 내려찍더니 그녀의 몸을 자신의 체중으로 짓누르며 부들부들 떤다. 지금까지 미동도 않던 정나은도 무릎을 때리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 오르는 다리처럼 조건 반사라도 일어난 것 마냥 몸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절정이라도 온 것처럼 보인다.
짓눌러 터트릴 듯한 중압감으로 내리누르며, 절정을 맞고 있던 김우영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그녀의 엉덩이 속에 파묻었던 걸 끄집어내자, 정나은의 풍만한 엉덩이는 움찔하며 한차례 크게 경련한다.
“후우우~”
김우영은 만족스런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콘돔을 벗겨내곤 그 안에 잔뜩 싸지른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등이나 머리카락에는 잔뜩 발라줬으니…….’
침대 시트에 사지가 풀려 엎드린 정나은의 번들거리는 매끄러운 등과 흑단 같지만 푹 젖은 머리카락을 내려다본다. 이미 몇 번이나 밤꽃 향기가 피어오르는 욕망을 마사지 하듯 펴 발라놨으니 꼼꼼하게 안 씻으면 냄새가 남을지도 모른다.
“역시 마지막은 이거겠지?”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 위에 걸쭉하고 탁한 자신의 욕망을 콘돔 속에서 쏟아내 반지를 더럽힌다. 정나은은 자신의 결혼반지가 더럽혀지는 것도 모른 채 미동조차 않고, 간헐적으로 몸에 쌓인 쾌락을 배출하듯 부들부들 경련할 뿐이다.
“잘 됐군.”
김우영은 결혼반지를 실컷 더럽힌 뒤 쓴 콘돔을 그녀의 등에 휙 던져버리곤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렇다. 그도 그녀도 만족해 버렸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응? 콧대 높으신 고양이 양?”
엎드린 채 잠든 정나은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만족한 여자의 얼굴이다. 지금까지 본 쾌락에 푹 절여진 여자의 얼굴이 아닌 만족한 얼굴.
“이쪽 구멍도 잘~열렸고 말이지.”
탐스러운 엉덩이 골 사이에 핀 국화꽃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게 열렸다. 그 아래 촉촉하게 젖은 음부도 상당히 만족했는지, 애액이 울컥울컥 토해져 나와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는 게 보인다.
이를 위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차분히 들여 그녀를 욕구불만으로 만든 거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안기지도 못하고, 혐오스런 남자의 손에 욕구불만으로 몸은 점점 달아오르고, 게다가 마지막엔 살아생전 처음 겪는 새로운 감각으로 인해 만족 시키는 것.
“뭐……덕분에 난 서비스하느라 별로 못 즐겼지만 됐나?”
의외로 천천히, 그리고 여자를 만족시켜줄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관계를 하는 건 남자 입장에선 엄청난 심력소모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이 만족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첫 번째 고비는 잘 넘어간 셈이다.
김우영은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미동조차 못하고 만족스런 얼굴로 잠든 그녀의 모습을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찍어댄다.
뽀얀 피부 위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하며, 완전히 푹 퍼진 유부녀의 여체. 그 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향기와 분위기가 사진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는 사라지고, 곱게 닫힌 눈망울은 귀엽기까지 느껴진다. 만족한 여자의 얼굴이 된 정나은의 무방비한 얼굴도 잘 보존해준다.
“다음에 만날 때 보여줄 사나운 눈매나 날카로운 눈빛이 기대되는데?”
김우영이 샤워하고 나올 때까지 정나은은 침대에 쓰러진 채 미동도 않고 있다. 주섬주섬 떨어진 옷가지에서 자신의 옷을 주워 입은 김우영은 잠든 정나은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그녀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아직 미묘하게 남아있는 달콤한 술의 향기를 느끼며 살짝 벌어진 선홍빛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춘다.
“음…….”
혀가 오가는 농밀한 키스에 정나은은 잠결에 눈을 찌푸려 보지만 김우영은 아랑곳 않고 그녀의 말랑한 입술과 그 속에 남아있는 달콤한 향기를 마음껏 탐한다. 그녀의 입술을 타고 침이 흐를 정도로 농밀한 키스가 오가고 김우영이 입을 떼자 살짝 숨이 막힌 정나은은 눈을 찌푸린 채 모자란 숨을 몰아쉰다.
“어서 안 일어나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의 머리에 뿔이 돋아날지 모른다고?”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한다. 이른 시간 모텔에 들어왔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이제 아슬아슬하게 날짜가 바뀌려는 시간이다.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정나은을 내버려 둔 채 모텔 방을 나섰다.
철컥하는 굳건한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는 지금까지의 격렬하고 뜨거웠던 폭풍이 거짓말처럼 정적이 들이닥친다. 고요한 정적 속 정나은이 내쉬는 숨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방 안을 채우며,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야릇한 밤꽃 향기가 김우영의 욕망처럼 그녀의 육체를 침식해 들어가듯 잔뜩 배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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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항상 리플이나 쪽지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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